[차장 칼럼] e커머스로 세계 평정하려는 중국

입력 2024-01-04 17:42   수정 2024-01-05 00:24

‘上一化(셴샹징지이티화).’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온라인 세상의 국경 없는 경제를 통일시키겠다’는 의미다. 표현은 다르지만 중국 정부 역시 ‘실크로드 e커머스’를 부르짖고 있다. 상하이시가 최근 중점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도 ‘해외 시장을 향한(크로스 보더) e커머스 플랫폼 구축’이다. 중국의 목표는 한 가지다. 디지털 세상에서 패권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요즘 국내 유통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다. 알리의 가입자 수가 벌써 600만 명을 넘었다.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e커머스 플랫폼인 판둬둬의 자회사 테무는 지난해 11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3개월 만에 7배 급증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 깨져
유통산업을 취재하다 보니 주변에서 알리와 테무를 사용해봤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50대 초반의 한 대기업 임원은 “몇천원짜리 상품을 매일 주문하는 일에 재미가 들렸다”며 “처음엔 한 번 쓰고 버린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써보니 품질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알리와 테무의 한국 시장 공세가 본격화된 건 지난해부터다. 알리는 2018년 진출했지만,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다가 팬데믹을 거치며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싼 게 비지떡이라는 중국산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위협적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중국 빅테크는 2016년 알리바바가 동남아시아 최대 e커머스 플랫폼인 라자다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22년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고, 테무가 미국에 상륙했다.

빅테크들을 입맛대로 길들인 중국 정부로서도 디플레이션 위기를 벗어나는 데 e커머스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알리와 테무가 열심히 해외로 물건을 보낼수록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중소 공장들의 가동률도 올라간다. e커머스의 해외 영토 확장은 물류산업의 글로벌화에도 맞닿아 있다. 알리바바만 해도 차이니아오라는 물류 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올해 상장을 준비 중이다.
가공할 중국 빅테크 알고리즘
실크로드 e커머스는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2019~2022년 중국의 크로스 보더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배송 서비스 무역의 합계는 3조1700억위안(약 579조원)에서 4조6800억위안으로 연평균 13.9%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디지털 배송 서비스 무역액은 1조3600억위안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어난 수치다.

알리의 한국 직구 시장 확장은 이 같은 해외 전략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그들 입장에서 한국은 좋은 시장이다. 이미 수십 개의 토종 e커머스가 경쟁 중인 곳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면 세계 어디서든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커질 것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와 빅테크는 엄청난 인공지능(AI) 역량도 갖추고 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도 중국에선 ‘애들 장난 수준’이라고 할 정도다.

이런 중국의 빅테크들이 한국을 시험 무대로 택했다. 한국의 토종 e커머스가 해외 진출은커녕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가칭) 등과 같은 규제의 칼날에 떨고 있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부럽고,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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